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구속과 자유
작성일2009/07/28/ 작성자송다인 조회수1408

구속과 자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송다인

일 미터도 채 안 되는 목줄에 묶여 앉았다 섰다만 한다 
처음엔 예사로 보았다
굳게 닫힌 배관 설비 집 문지기 개 두 마리
집에서 외출할 땐 잠시 훔쳐보다가
집으로 돌아올 땐 한동안 지켜본다
보는 나 자신도 부자유스러워 미안해진다
날 보며 한두 번 꼭 짖어대다가 주저앉는다
마치 나에게 애걸해도 소용없는 걸 깨달았는지
딱 개집 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만 할 수 있는 목줄의 길이
종일토록 앉았다 일어섰다만 할 수 있는 한 걸음 밖에 없는 자유
배설물이 굳어있던 날 아무렇게나 살아가는 잔인함을 본다
목 줄 따라 콤파스의 길이 만큼만의 자유
그래도 서로 의지하며 등을 붙인 채 졸고 있다
섬에 팔려 가서나 도심 속에서도 방에만 갇혀 살고 있는
무서운 사람들에 감금당한 눈물을 본다
출렁이는 뜨거운 피의 싸늘한 응고를 본다
그래도 슬픔을 나눌 짝이 있음이 내 맘을 달랜다

장마의 연속이라 고추나무가 흘러내리지는 않았는지
밭으로 가보는 산언덕 길 
잽싸게 날 훑으며 달려가는 털 복숭이 개를 본다
누구네 개인지 저리도 팔팔대며 자유 분망한지
출렁이며 맘껏 달리는 뜨거운 피의 흐름이 날 기쁘게 한다
아침 밭으로 가는 길에도 저녁 산책길에도 만난다
넌 주인을 잘 만나 행복의 질주를 하는구나
달리는 온 몸에 피어나는 맑은 공기의 마찰은
하얀 털복숭이 개를 더 빛나게 한다
한 치도 안 되는 부자유한 공간에서
주인의 미소도 없고 허기를 메우는 먹이만 던져주고
열쇠로 잠긴 문 앞을 철통같이 지키기만 하는 충성스런 개 두 마리
웃음 잃은 싸늘한 피의 흐름이 날 슬프게 한다
언제고 자유 찾아 돌아 갈 죽음의 나라를 기리면서
지금도 지친 눈꺼풀 내리고 있겠지
단순히 집을 지키는 개들도 목 끈의 길이는 길게 해야 한다
그나마 자유 찾아 장난도 칠 수 있게
구속과 자유의 물결 속에서 너무도 인간과 닮은 표정을 본다
사랑 듬뿍 받으며 자라는 우리들의 모습을 본다
무관심으로 방치하는 인간의 관계를 본다

내 허공의 자유는 한숨을 쉬면서 잠시 체류중이다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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최종수정일2023-09-14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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